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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session 12

아지크롤아지 가브크롤

“실례합니다, 대천사님...”

  

  

대천사 가브리엘은 노트북에서 고개를 들어 사무실 문간에 있는, 긴장한 채 다른 곳에 있고만 싶어 하는 눈치인 한 천사를 쳐다봤다. 대천사의 새 조수는 고작해야 100여년 정도밖엔 되지 않았고, 그 점이 이토록 긴장한 한심한 이유일 터였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자신이 이 쓸모없는 어린 천사의 이름을 배울 때가 됐다고 생각은 했다. 

  

  

“뭐지?”

  

  

“권품천사 아지라파엘이 뵈러 왔습니다.”

  

  

가브리엘은 눈을 깜빡이며 몸을 조금 뒤로 기댔다.

  

  

이런예상 밖이로군.

  

  

그리고 흥미로워.

  

  

“악마도 같이 있나?”

  

  

“아니요, 대천사님. 그렇게 보이진 않습니다.”

  

  

흠. 실망스럽게도.

  

  

그래도 가브리엘은 아지라파엘의 방문 목적과, 권품천사가 이 방문으로 뭘 얻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는 아지라파엘이 최대한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을 거라고만 여겨왔었다. 아지라파엘이 여기 와서 가브리엘을 찾는다면 아마 이유가 있을 터였고, 적어도 흥미로운 이유일 것이다. 

  

  

“책상으로 돌아가 20분 기다려라.” 가브리엘이 지시했다. “그 다음에 들어오게 해.”

  

  

가브리엘은 20분이 필요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전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원하는 시간은 모두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저 아지라파엘을 기다리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지라파엘이 바깥에서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로 기다리면서, 스스로의 요구가 대천사의 위대한 하루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위치인지 상기하길 원했다. 

  

  

아지라파엘이 기다리는 동안 가브리엘은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려 악마의 칼라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보여주는 탭을 열었다. 오늘만 두 번째로 보는 거였다. 사실 대천사는 그 기록을 꽤 자주 확인했다. 아지라파엘을 만나기 전의 기억들을 되살리기 위함이었다.

  

  

그는 스크린을 향해 냉혹한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러운 동시에 짜증이 났다.

  

  

자신이 아지라파엘과 크롤리를 먼지투성이 작은 서점으로 보낸 그 순간부터 칼라가 01 단계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들이 악마의 플랫을 갔다 왔다는 사실 또한 놀랍지 않았다. 아지라파엘은 정말이지 우스울 정도로 알기 쉬웠다. 그 천사놈이 누군가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글쎄. ‘누군가’에 가브리엘은 확실히 속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들이 확실한 증거는 아니었다. 모두 사소한 일들이었고 아무것도 증명해 주지 못했다. 아지라파엘은 악마에게 일을 시키고 싶으니, 악마가 너무 무력해지는건 원하지 않았다고 언제든지 주장할 수 있었다. 일을 하려면 가끔씩 깨끗한 옷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악마가 옷을 가지러 가는 동안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았다는 것도 이치에 맞는 말이다. 아직까지 아지라파엘은 가브리엘이 가진 정보에 대해 완벽한 변명들을 댈 수 있었다.

  

  

그래도... 가브리엘은 어리석지 않았다.

  

  

어쩌면 이 정보를 이용해 아지라파엘을 거짓말의 함정에 빠뜨릴 수 있을 터였다. 정보들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 다만 아직 충분하지 않을 뿐이었다.

  

  

대천사는, 단순히 상급자에게 거짓말을 한 죄보다 훨씬 더 심한 죄를 물어 아지라파엘을 파멸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 거다. 얼마 안 남았어. 인내심을 가져야 해. 진정한 목표는 순하고 어리석은 하나의 하찮은 천사보다 훨씬 크고도 중요하니까. 돌아올 포상에 집중해야해... 

  

  

크롤리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자. 그 멍청한 작은 가게에서, 그놈이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내버려 둬.

  

  

그래야 그놈의 모든 걸 빼앗아버릴 때 훨씬 더 만족스러울 테니까.

  

  

아지라파엘이 사무실의 유리문에 노크를 했고, 가브리엘은 명랑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안으로 손짓했다.

“안녕, 아지라파엘. 자네의 새로운 애완동물...프로젝트는 잘 돼가고 있나?”

그는 두 단어 사이에 잠깐의 침묵을 두며 간신히 비웃음을 삼켰다. 

  

  

아지라파엘은 여느 때처럼 불안하면서도 단정하게 보였고, 손을 배에 가지런히 모은 채 공손히 대답했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자는 말썽을 거의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가브리엘은 씩 웃으며, 아지라파엘의 반응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천만에.”

  

  

아지라파엘의 반응은 실망스럽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천사의 눈에 타오르는 섬광을,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입을 꾹 다무는 모습을, 그리고 정중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그 격노를 놓치지 않았다. 아지라파엘의 눈앞에서 그의 애완 악마를 고문하고, 그가 좌절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던 것만큼 재미있었다. 가브리엘은 아지라파엘의 대답을 기다렸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정말이지 달콤하겠군...

  

  

“네, 그래요.” 마침내 아지라파엘이 대답했고, 그의 어조는 싸늘했다.

“그놈은 처음부터 다루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더군요.” 

  

  

가브리엘은 어깨를 약간 으쓱했다. “좋아. 도와줄 거라도 있나, 아지라파엘?”

  

  

“음, 아시다시피,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지라파엘이 말했다. 

“대천사님께서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가브리엘은 이어질 말을 기다렸고 눈썹은 기대감으로 올라갔다.



“그게...악마의 날개 때문입니다.” 아지라파엘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그 장치의 현재 설정 때문에 악마가 날개를 맘대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날개는 물리적 차원에 갇혀 있으며, 대천사님만이 그걸...풀어줄 권한이 있다고 하더군요.”

  

  

“맞아.” 가브리엘은 아지라파엘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천사가 이 주제로 감히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문제는, 그게...아시다시피, 전 악마의 뒤치다꺼리 외에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습니다.” 아지라파엘이 설명했다. “그자를 오래 혼자 둘 수는 없습니다. 그가 꽤 말을 잘 듣고, 여러 잔일들을 시키는데도 아무 말썽을 피우지 않아서 그게 문제가 아니긴 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어...인간들이 모르게 계속해서 조금씩 기적을 써야 하는 게...” 

  

  

“하지만 지금 당장도 그놈은 혼자가 아닌가.” 가브리엘은 확실한 반대를 하며 지적했고, 자신이 노려보자 아지라파엘이 조금 움찔하는 모습에 미소를 억눌렀다. 

  

  

“네, 안 그래도 아무 문제도 일으킬 수 없게 약해지도록 칼라를 평소보다 높은 단계로 조절했습니다.” 

  

  

가브리엘은 노트북에 뜨는,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는 최신 정보를 흘끗 쳐다봤고 – 단계는 몇 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 고개를 끄덕이며 아지라파엘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이야.”

  

  

가브리엘은 잠시 생각하더니, 무심하게 사색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고, 아지라파엘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제안을 던졌다.

“우린 언제라도...악마의 날개를 제거해 버릴 수 있다네. 그러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 

대천사는 잠깐 말을 멈췄다. 아지라파엘을 상기시키는 그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거의 지루하게 들렸다. “고작해야 악마 아닌가.”

  

  

아지라파엘의 표정에 드러난 충격과 공포는 정말이지 웃음이 나왔다. 아지라파엘은 당황에 빠져 가브리엘의 의견에 반대하려는 말을 찾아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가 벌을 줘야 하는 악마를 – 증오해야 할 악마를 너무 걱정하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가브리엘은 즐거움을 감추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물론 그럴 –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제 말은, 제가 좀 더 자주 가게에서 일하면 되는 거고, 제가...”

  

  

농담이야, 아지라파엘.” 가브리엘은 한발 물러나며, 눈을 굴리고 천사에게 인심 쓰듯 싱긋 웃어줬다. 그는 손을 들어 올리며 약간 기분이 상한 표정을 지었다.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아나?” 

  

  

아지라파엘이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며 단지 불안해하며 작은 억지웃음만을 지은 모습을 가브리엘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아지라파엘의 요구는 타당했다. 그리고 천사가 크롤리를 공공장소에 데리고 나간다면 아주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가브리엘은 자신의 작은 애완동물을 가지고 놀 즐거운 기회들을 생각하며 속으로 살짝 미소 지었다.

  

  

“좋아, 악마가 날개를 넣고 뺄 수 있도록 설정을 변경해주지.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자네가 그놈에게 말해주도록.” 

아지라파엘의 확연하게 드러나는 안도감에 가브리엘은 하마터면 크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잠깐만 기다려라.” 대천사는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고 칼라의 설정에 접속했으며, 심각하고도 염려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다만...한 가지 조건이 있네. 이 설정을 바꾼다면, 약간 추가의...예방조치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



아지라파엘이 천국에 가있는 동안,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이 최근 들어 매우 열심히 연구하던 책들과 필기를 처음으로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너무 불안하고 초조한 나머지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어지자, 그는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바쁘게 있음으로써 아지라파엘이 혼자, 천국에서, 가브리엘이랑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빌어먹게도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그는 망할 공포에 질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함정 같은 거면 어떡하지? 천사가 실수로 가브리엘이 원하는 증거를 흘려버린다면 어쩌지? 가브리엘이 천사를 아예 보내주지도 않으면 어떡해? 

  

  

그는 자신의 두려움을 저주하며 어두운 생각을 떨쳐버리고 눈앞의 일에 집중했다 – 부엌 조리대를 문질러 닦는 일이었다. 이쯤 되자 거실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 가구는 윤이 날 때까지 닦여있었고, 카펫은 진공청소기로 청소가 되어 있었고, 책과 서류는 아지라파엘이 힘들게 해놓은 작업들을 섞어놓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깔끔하게 쌓여 있었다. 

  

  

이제 크롤리는 아침 설거지와 찬장 청소를 막 끝낸 참이었다. 싱크대는 최대로 틀어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깨끗하고 뜨거운 물로 채워졌으며, 그는 조리대를 마구 문지르고 있었다. 아지라파엘을 도와줄 수도, 지켜줄 수도 없는 너무나 무능한 자신 때문에 좌절감으로 미칠 노릇이었고 그 기분을 어떻게든 풀고 싶었다. 

  

  

제발 집으로 돌아와, 천사야, 제발 돌아와 줘...

  

  

어깨에 힘센 손이 느껴지자 크롤리는 깜짝 놀라 생각에서 벗어났고, 두려움으로 심장이 요동쳤다. 

  

  

그들이 천사를 데려갔어. 아지라파엘을 가두고 이제 날 잡으러 온 거야.

  

  

크롤리는 방어 자세를 취하며 몸을 돌렸고, 한 팔을 들어 올려 공격할 준비를 했다 – 그러자 갑자기 칼라가 작동했고, 척추를 따라 전신으로 괴로움이 폭발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쓰러지며 숨을 헐떡였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자신을 건드린 누군가가 바로 앞에 쭈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손을 뻗고 있었다. 

  

  

크롤리는 눈을 깜빡였고,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면서 그 누군가가 아지라파엘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천사는 크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뭐라 말하고 있었으나 귀가 울려서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지라파엘이 다시 손을 내밀었으나 크롤리는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 채 완전한 배신감을 느끼며 몸을 뒤로 피했다.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규칙이 갑자기 바뀌었나보다.

  

  

“...정말 미안해, 얘야, 네가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어. 해야 하는 일이었어,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미안해서 어떡해...”

머리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 서서히 사라졌고 아지라파엘의 말이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아지라파엘이 다시 손을 뻗어 이번에는 크롤리의 손을 쥐었고 크롤리는 가만히 있었다. 

“교환이었어. 미리 경고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얘야, 세상에, 진짜 미안해...”

  

  

크롤리는 혼란스러워서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지라파엘은 입술을 깨물었고 이마가 불안함과 걱정으로 깊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더니, 말을 멈추고 바닥에 앉아있는 크롤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오, 그냥...이리 오렴, my darling, 이리 와...”

  

  

크롤리는 감사해하며 천사의 품에 파고들었고, 근육을 경련시켰던 팔의 남아있던 떨림도 사라지자 천사를 꽉 껴안았다. 

  

  

천사를 잃을까봐 너무 무서웠다.

  

  

아지라파엘은 크롤리와 같이 앉아서, 통증이 완전히 지나가고 크롤리가 자신의 품에서 떨지 않을 때까지 조용히 등을 쓸어주며 부드럽게 달랬다. 마침내 아지라파엘이 부드럽고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날개를 넣을 수 있을 거야, 얘야. 해보렴.”

  

  

크롤리는 불시에 몰려올 처벌에 다소 두려워하며 망설였다 – 하지만 아지라파엘에겐 천국에서 목적을 달성했다는 확신이 보였고, 그는 아지라파엘을 믿었다. 크롤리는 날개를 조심스럽게 넣어봤고 – 날개는 쉽게, 고통도 없이, 원래 있어야 할 영적 차원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이제 낫네.” 아지라파엘은 안심하며 기뻐했다. 

“그렇게 쉬면 훨씬 빠르게 나을 거야. 좀 괜찮아졌어?”

  

  

크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이지만 벌써부터 나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팠다. 관절에 박힌 금속 고리가 아직도, 아니 더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고리들이 없어야 할 자리에 억지로 들어간 탓이리라. 

  

  

친구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아지라파엘은 미안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알려줬다. 

“고리를 없애자고 말해봤어. 안 된다고 그러더라, 네가 날개를 통제할 수 있는 지금은 더더욱 안 된다고. 가브리엘은...만약을 위해 날개를...구속해둘 수단이 필요하대. 미안해, 크롤리.”

  

  

크롤리는 방금 지나간 고통으로 흐릿한 탓에, 말을 듣긴 했으나 내용을 이해하는 건 아직도 약간 느렸다. 그리고 여전히 조금 혼란스러웠다. 

  

  

“왜...왜 칼라가 작동한 거야...? 나-난 아무 짓도...”



“교환이었어.”

아지라파엘은 미안해하며 설명했다.

“날개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잖아. 그리고 – 가브리엘이 그걸 지적하더라. 네가 날개를 맘대로 숨기거나 드러낼 수 있도록 칼라의 설정을 바꾸는 건 허락받았어. 하지만 그 대가로, 그는 어떤 폭력적인 시도에도 반응하도록 칼라의 설정한도를 재설정했어. 그 시도라는 게...실제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아지라파엘의 어조와 표정은 죄책감으로 물들어 있었고, 천사는 천천히 크롤리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게 문제라 될 거라고 생각은 안 했어. 네가...나랑 있을 때는 전혀 공격적이지 않으니까. 미리 말해주고, 너한테...주의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너한테 다가가다가...머리가 날아갈 수 있다곤 생각 못했네.”

  

  

천사는 화난 게 분명히 아니었다. 그의 말에는 슬픔이 섞인 장난스러움과 깊은 후회가 있었다. 방금 일어난 일에 아지라파엘이 크롤리를 비난하지 않는건 정말이지 분명했다.

  

  

당연히 천사는 자신을 비난해야 하는데.

  

  

그를 때리려고 했지. 악마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비난조의 목소리는 잔인했다. 이 쓸모없고 배은망덕한 하찮은 쓰레기 자식, 아지라파엘을 해치려고 하다니. 널 도와주고, 널 위해 본인의 목숨을 걸기까지 했는데, 이젠 그를 공격하려 드네. 도움이라곤 안 되는, 멍청하고 하찮은 악마 놈아, 벌 받을 만하니까 칼라가 작동했겠지. 벌 받을 짓을 했으니까...

  

  

“크롤리?” 아지라파엘의 목소리는 놀랄 정도로 걱정스러우면서 상냥했고, 크롤리의 얼굴에 얹힌 천사의 손은 숨이 막힐 정도로 부드러웠다. 

“괜찮아, my love?”

  

  

크롤리는 섬뜩해졌고 무서워졌다 – 이런 친절함과 애정을 받을 자격이 자신에겐 없었다. 자신은 배은망덕한 존재답게 얻어맞고, 저지른 짓에 처벌받아야 했다 – 그는 혼란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며 기다렸다. 끝없이 기다리기만 하겠지... 아지라파엘은 그러지 않을 테니까. 크롤리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벌 받을 행동을 하던 간에, 천사는 절대로 그러지 않으리라. 

  

  

“잘못했어.”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의 손을 꼭 쥐고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미안해, 미안해...”

 

“나인 줄도 몰랐잖아.” 아지라파엘은 그를 따뜻하게 안심시켰다. “Darling, 괜찮아...”

  

  

괜찮지 않아. 그에겐 이러한 친절과 자비를 받을 자격도, 심지어 여기 있을 자격도 없었다. 규칙은 몇 번이나 완전히 뒤바뀌곤 했고, 크롤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행동에 어떤 결과가 올지 알고 싶었다. 벌이 끝났는지, 자신이 용서는 받았는지도 알고 싶었다. 엉망진창이 된 머리로라도 어떻게든 이해를 하고 싶었다.

  

  

그는 아지라파엘에게 보상을 해야 했다 – 그의 천사가 이토록 쉽게 베풀어주는 용서를 받기 위해서라면

  

  

“크롤리, 얘야.” 아지라파엘은 크롤리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나 좀 볼래, 사랑하는 크롤리...”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의 목에 자신의 머리를 묻고 키스를 할 수 있을 만큼만 고개를 들었다. 그는 손을 빼낸 후 아지라파엘의 허리를 미끄러지듯 감싸더니 천사의 셔츠자락을 들어올렸다. 아지라파엘은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셨고, 서둘러 크롤리의 양 손목을 잡아 멈추더니 그를 뒤로 밀어내며 시선을 마주보려고 했다.

  

  

“뭐 하는 거야?”

천사는 크롤리의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며 나직하게 물었다. 

“My dear, 지금...꼭 그래야겠어...?”

  

  

크롤리는 자신의 선글라스에 지금만큼 고마운 적이 없었다. 그는 아지라파엘의 눈을 마주보진 않는 선에서 시선을 올리며 자신의 손목을 비틀어 빼내더니 한손은 아지라파엘의 어깨에, 다른 한손은 천사의 허리 뒤에 얹었다.

  

  

“널...널 다신 못 볼 줄 알았어.” 감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크롤리가 고백했다. 그는 아지라파엘의 목에 다시 얼굴을 파묻었고, 그 때문에 이어진 말은 알아듣기 어려웠다. 

다시는 널 잃고 싶지 않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을 가브리엘에게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며 하루를 보냈다. 이제 크롤리가 두려운 건 달라졌다 – 아지라파엘이 쓸모없고 망가진 자신을 더 이상 참지 못할까봐...자신이 준비되기만을 기다리다가 천사가 지칠까봐 두려웠다...자신의 어리석고 배은망덕한 행동에 천사가 화가 나서, 비난도 처벌도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을 떠나버린 후 돌아오지 않을까봐 무서웠다. 

  

  

“사랑해, 천사야.” 크롤리는 느리게, 입을 연 채로 아지라파엘의 목에 키스를 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사랑해...” 

  

  

아지라파엘의 숨소리가 약간 흐트러지더니 크롤리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용기를 얻은 크롤리는 무릎을 바로 세워 앉아 아지라파엘의 무릎부분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손으로 천사의 얼굴을 감싸고 키스를 했다. 아지라파엘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키스에 응하며 앞으로 다가가, 한손으론 크롤리의 뒤통수를 그러쥐고 다른 한손으론 친구의 엉덩이를 감쌌다. 갑자기 천사가 뒤로 물러났다. 

  

  

“확실해?” 거칠게 숨을 쉬며 천사가 물었고, 크롤리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얘야, 정말 이래도 돼?”

  

  

“그래.” 크롤리는 참지 못하고 쉭쉭거렸다. 

“그래, 확실해...네가 필요해, 지금 당장, 천사야...” 

  

  

아지라파엘은 욕망에 가득 찬 눈으로 친구를 잠시 응시하더니, 승낙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지라파엘이 속삭였다. “잘됐다.”

  

  

천사는 여전히 조금 망설이며 의심스러워하고 있었으나 크롤리는 천사의 거센 욕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만큼은- 이것만큼은 크롤리도 할 수 있었다. 자신은 망가졌지만 이 일만큼은 잘하니까. 아지라파엘이 자신의 실수를 잊게 할 수도, 천사의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도 있었다. 엉망진창이 되고 쓸모없는 자신을 챙겨주는 보람이라도 느끼도록 보상을 해줄 수 있었다. 

  

  

크롤리는 자신의 천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다. 

  

  

“얼른.” 악마는 아지라파엘의 목에 대고 낮고 거칠게 중얼거리곤 일어섰다. 그는 아지라파엘의 손을 잡아 천사도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아지라파엘은 즉시 다가와 다시 입을 맞추며 양팔로 친구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크롤리는 숨을 쉴 수가 없었고 심장이 두려움과 욕망으로 빠르게 뛰었다.

  

  

할 수 있어천사를 위해서라면. 천사도 보람을 느껴야지...

  

  

크롤리는 키스를 멈추고 가쁘게 숨을 쉬며, 떨리는 입술로 애써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 유혹을 속삭였다.

  

  

“침대로 가자, 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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