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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Ye Therefore Merciful

원작기반 아지크롤 번역


정말 비상식적이군.

  

“어, 맞아. 알고 있어.” 

  

아지라파엘은 자신의 목소리에 공포가 묻어 나오지 않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

  

“귀찮게 해서 미안하군. 몹시 바쁘겠지만, 이 일을 허락할 순 없어.” 

  

그대는 가장 고귀한 대리인의 직무를 방해하고 있다네.

  

아지라파엘은 소리가 들릴 정도로 침을 삼켰다.

  

“그래. 그-그런 것 같군.”

  

천국의 법률을 위반하여 적과 협력하다니.

  

“엄밀히 말하면 ‘협력’ 이라 하진 않아...”

  

사실대로 말하면, 미친거지.

  

“아픈 데를 찌르지는 마,” 천사가 무뚝뚝하게 중얼거렸다.

  

처벌은 알고 있겠지. 

  

그건 질문이 아니었다.

  

아지라파엘은 한숨을 쉬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마지막으로 이렇게까지 피곤함을 느낀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 아즈라엘. 우리 둘 다 그건 아는 것 같은데.”

  

그는 날개로 살짝 바람을 일으켰고, 날개근육이 불편함을 호소하자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날개를 낮출 순 없었다 –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창백한 형상이 방에 남아있는 동안은 그럴 수 없었다. 

  

  

“저기, 이렇게 시간을 내서 의논해준 건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 하지만 그대는 지켜야 할 시간표가 있을 뿐더러, 솔직히 말하면 난 기진맥진 이라고.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겠나?”

  

검은 수척한 형상은 뼈로 된 손을 들어 두개골을 문질렀다. 그는 표정이 없었음에도, 곤혹스럽고 짜증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아지라파엘. 그대가 정말 짜증나는 존재임을 한번이라도 들은 적 있나?

  

천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지나갔고, 그는 등 뒤 침대 위 무거운 담요에 싸여서 불길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는 형체를 어깨 너머로 흘끗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오, 그럼. 여러 번 들었지.” 

  

그리고 죽음의 천사를 향해 몸을 돌려서 공손히 물었다. 

  

“차라도 한 잔 하지 않겠는가?”

  

  

~ ~ ~

  

  

그 날은 특별히 끔찍한 한 주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특별히 희망이 넘치는 날도 아니었다. 아지라파엘은 비참하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세계의 3분의 1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중동 어느 나라에 있는 작은 마을로 파견되었다. 그는 전투를 격퇴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천국의 정보기관의 주장에 따르면) 만약 이 분쟁이 방치된다면 몇 년 안에 매우 심한 국제테러가 일어날 거라고 했다.

  

이 상황에서 이상할 것 없었지만, 그는 도착 후 얼마 되지 않아 크롤리랑 마주쳤다. 점심식사 후 (혹은 이런 망할godfor-, 어, 황폐한 지역에서 점심이랑 비슷한 행위를 한 후) 서로 정보를 빠르게 교환한 뒤, 아지라파엘은 처음에 가졌던 의문을 풀었다 – 이 “종교적” 분쟁의 배후에는 지옥이 있는 게 아니었다. 신의 이름을 내걸고 더 높은 도덕적 기반을 차지하려는, 역겨운 양측 부족 간의 전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옥 또한 이 상황의 잠재력을 보았고, 크롤리는 상황을 악화시키라는 명령을 받은 채였다.

  

  

“늘 지루하고 똑같은 빌어먹을 상황이지,” - It’s the same tired old sssodding sssstory

  

먼지와 쓰레기로 가득 차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길을 걸어가면서 악마가 투덜거렸다.

  

“필멸자들이 땅, 아니면 자원, 아무튼 뭔가 핑계거리를 두고 싸우는 거 말이야. 뭘 두고 싸우는지 이젠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군. 모든 건 자기네들 스스로 만드는 일이지. 인간들이란 그거 하나는 유별나게 영리하잖아. 근데 부족의 이름이나 ‘지금’ 지도자의 이름, 혹은 단순한 원칙을 걸고 싸우는 건 이젠 부족하다 이거지. 세상에, 이제 우리를 끌어들이기 시작하는군.”

  

아지라파엘이 슬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어느 종교지? 따라갈 수가 없네.”

“내 생각엔 무슬림 대 크리스천인데, 적어도 서너 개의 분파가 연관되어 있고, 이상한 외국 용병들도 끼어들어서 상황을 재밌게 만들고 있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오래되고 망가진 모양만 알아볼 수 있는 자동차를 지나가면서, 크롤리는 무심하게 손을 저었고, 차 밑에서 액체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 

  

“대다수가 광신도들이야.”

  

아지라파엘은 차의 새는 곳을 보곤 혀를 차더니 새 개스킷, 그리고 차량 트렁크 안에 여러 병의 모터오일을 기적으로 만들어줬다. 천사는 두건을 꽁꽁 싸맨 여자가, 작고 너덜너덜한 상태의, 제대로 먹지도 못한 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가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이해가 안 돼. 본인들이 쓴 신성한 글에서 사랑, 평화, 보살핌에 관한 글은 모두 무시하고, 특정 부분만 빼와서 서로 죽여야 하며 아내를 학대해야 한다는 것 마냥 굴잖아... 그게 무슨 핵심인 것처럼 말이야.” 

  

아지라파엘은 난처한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해석에 반대라도 하면, 그냥 바로 너희들 편이 돼버리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형언할 수 없다, 네가 찾고 있던 단어 아닌가?” 크롤리는 심술궂게 씩 웃었다.

  

아지라파엘은 신경질적으로 작은 돌을 걷어찼고, 돌은 작은 먼지를 일으키며 날아갔다.

  

“아니, 사실 마음에 떠오른 단어는 멍청하다 야.” 한숨이 나왔다. “이유를 모르겠다.”

“재밌군, 넌 시간을 충분히...” 

  

크롤리는 조용해진 작은 마을에 끔찍한 기관총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말을 멈췄다. 

  

“이런. 내연기관 소리랑 어째 좀 닮은 거 같은데.”

  

아지라파엘은 머리를 숙였고, 분명한 총성을 듣곤 얼굴을 찡그렸다. 

  

“Oh, dear. 싸움이 가까워지네. 착하게 굴고, 길가에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게 좀 도와줘, 그렇게 해줄 거지?”

“언젠가 날 정말 곤경에 처하게 할 심산이로군, 천사.”

  

하지만 크롤리는 기꺼이 아지라파엘을 따라 손을 저어 모습을 보이게 하곤, 흩어져 있는 구경꾼들에게 숨으라고 소리쳤다. 

  

구식 무기와 몇몇 무너질 듯한 지프들로 괴상하게 무장한 수십 명의 남자들이 들이닥치며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둘의 초자연적으로 예민한 청각 덕에 주민들과 둘은 숨을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숨은 곳조차도 위험했다 – 건물들은 이미 총알 구멍들로 가득했고, 그나마 온전한 곳은 견고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 

  

“폭발에 은총이 있기를!” - Blast and bless it all!

크롤리는 몸을 던져 엎드리더니, 본인들이 숨은 더러운 여인숙 앞쪽 벽에 총알세례가 쏟아지자, 다시 생각한 듯 아지라파엘도 밑으로 끌어당겼다. 

“진짜 웃기네!(This is ridiculousss!) 나 없이도 인간들은 자기들끼리 완벽하게 난리를 일으키잖아! 이 멍청이들 때문에 내가 분리라도 되면 공식 항의문이라도 내야겠다!”

  

“네 상사들도 그 서류를 용암 구덩이에 던지기 전에 충분히 고려해 볼 거야.”

아지라파엘은 고개를 들고 벽의 새로 생긴 구멍으로 조심스럽게 상황을 살피다가 신음을 흘렸다.

“오, 안돼, 안돼, 그만. 그러지마. 오, 제발 그러지 마...”


“뭘 그러지 마?”

크롤리는 천사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기껏해야 10살 정도의 어린 남자아이가 기어 나와 길 쪽을 바라보며 현관에 쭈그려 앉더니, 본인의 몸집만한 샷건을 장전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높은 비명소리가 둘의 관심을 끌었고, 그 소리는 건물의 큰 구멍으로 보이는 여인으로부터 나온 거였으며, 그녀는 공포로 가득 찬 눈으로 소년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이런, 얼른, 여자야. 얼른 그 얼간이를 안으로 끌어당겨야—오, 젠장.”

  

여인이 자세를 바꿨고, 그녀의 몸 아래로 된 피난처에서, 두 쌍의 작은 겁먹은 눈들이 살육 현장을 내다보고 있었다. 지킬 아이들이 더 있었던 거다. 아이가 쭈그려 앉은 곳 주변으로 총알 세례가 쏟아졌고, 그 애는 눈에 띄게 창백해져 갔지만 용감하게도 총을 어떻게든 장전해내곤 쏠 준비를 했다.

  

크롤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총격을 뚫고 안전하게 다가갈 만한 방법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몸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쓰러져 갔다 – 누가 어느 편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의심할 필요도 없이, 화재로 인한 많은 사망자도 있을 거였다 – 그리고 지프 중 하나에서 가스탱크가 총에 맞았다. 엄청난 불덩이가 피어오르며 근처의 집을 환하게 태워버렸다.

  

“이런 말 하긴 싫지만, 천사야, 우리의 용감한 어린 친구는... 어이! 기다려, 아-아지라파엘, 이 망할 자식아! 얼른 이리와!”

  

아지라파엘은 전투에 뛰어들기 전 자신을 사람들 눈에 안 보이게 하긴 했지만, 그걸로 총에 한 발 (어쩌면 두 발, 아니면 열 발까지) 맞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크롤리가 자신의 이름을 두려움 비슷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부르는 것을 듣자, 그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희생의 개념은 악마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크롤리가 신경을 쓴다는(gave a damn) 사실은 기뻤다. 크롤리라면 축복을 퍼붓는다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겠지.

  

위협적인 발사체들이 사방을 빠르게 날아가고, 높은 울음소리로 민감한 귀가 아픈 걸 느끼며, 천사는 탄원의 기도를 드렸다. 

  

제가 죽기 전에 이 아이만은 지키게 해 주십시오. 

  

의무를 수행하다가 육체와 분리되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지만, 순수한 생명을 보호하다가 그렇게 된다면 위에선 크게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 아마 3달이나 4달 후엔 다시 올 수 있겠지...

거의 길 건너편에 도착했을 때 다른 지프 한 대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길거리엔 또 다른 여섯 명의 전투원들이 나타났으며, 모두가 목표를 제대로 조준도 안하고 무기를 난사했다. 아지라파엘은 (아마도 여러 번) 총을 맞지 않고서는 이곳을 지나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 때, 무거운 무엇인가가 뒤에서 자신을 밀어서 아이 쪽으로 쓰러뜨리더니, 그대로 문간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여인은 계속해서 몸을 떨며, 아이들과 함께 서둘러 다가와 상처가 없어 보이는 그 남자아이를 끌어안았다. 공황상태에 빠진 여인은 아지라파엘도 미친 듯이 안아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그에게 감사함을 나타내려고 애를 쓰고, 남자아이의 무모함을 꾸짖고, 울고 있는 딸아이를 달래주며, 동시에 집 밖의 피에 굶주린 남자들을 저주했다.

  

“네, 괜찮아요, 별말씀을요, 친절한 숙녀분. 네,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이에요.”

  

사실만을 말하자면, 아지라파엘은 총에 두 번 맞았다. 하지만 상처는 둘 모두 심하지 않았다. 사실 예상보다 덜 아팠는데,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전에 그는 여인의 걱정스런 관심을 떨쳐내고, 누가 자신과 아이를 구해줬는지 보려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크롤리?

  

악마는 떨어진 곳에서 이상하고 어색한 자세로 몸을 웅크린 채 쓰러져 거칠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놀라보였고 매우, 매우 창백했다. 지면과 부딪히면서 선글라스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아지라파엘은 그의 파충류 같은 동공이 너무 확장된 나머지 더 이상 세로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걱정이 들었다.

  

“크롤리?”

  

아지라파엘은 부드럽게 말을 반복하며 친구 옆에 무릎을 꿇어앉았다. 밖에서 총성과 상처입고 죽어가는 자들의 비명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단호하게 무시했다. 악마 주위로 검은 웅덩이가 바닥에 퍼지고 있었다.

  

“오, 얘야.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거야?”

  

그는 기적으로 깨끗한 손수건을 만들어내고 피가 나오는 곳을 찾아보았다.

  

“우리 둘 모두 다치는 상황은 좋을 것 없잖아. 얼마나 심하게 다친 거니?”

  

크롤리는 비명을 지르고 싶으나 숨을 쉴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목 뒤에서 나는 듯한 이상한 소리를 냈다. 걱정은 놀람으로 바뀌었고, 아지라파엘은 빠르게 친구를 살펴봤다. 몇몇 곳에 찰과상이 있었으나 상처가 심해 보이진 않았다. 그러다가 크롤리의 오른손이 피로 물든 채 왼쪽 어깨를 꽉 쥐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좀 보자, 크롤리. 진정해, 이제...괜찮아, 말하려 하지 마. 그냥 숨만 쉬어. 상처 좀 볼게.” 

  

천사는 중얼거리며, 하얗게 질린 채 꽉 쥔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상처는 언뜻 보기엔 작아보였다. 하지만 아지라파엘은 기름기를 띤 연기가 새어나와 공기 중으로 피어오르는 것을 보곤 끔찍함을 느꼈다. 셔츠 앞섬은 검게 물들었으며, 어두운 색을 띤 피가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자, 상처의 가장자리 또한 검게 변해 있었는데, 마치 불에 지져진 것 같았다. 천사는 살이 타는 역겨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아지라파엘은 힘겹게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 밖의 전투, 아이들을 번갈아 걱정하며 가까운 곳에서 서성거리던 여인에게 몸을 돌렸다. 아까 전 그 남자애는 크게 불평을 해대며 어머니를 뿌리치려고 하고 있었다. 다시 총을 잡고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의 것을 보호하고 싶어 할 만큼은 컸지만, 싸우기에도, 전투에 어떤 희생이 따라오는지 이해하기도 너무 어린 나이였다. 

  

“부인,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지라파엘은 목소리를 침착하게 내려고 애를 썼다. 

“따뜻한 담요, 깨끗한 물, 그리고 뭐든지 붕대로 쓸 만한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지라파엘은 몸을 굽혀 크롤리를 품에 안았고, 셔츠 앞섬을 흠뻑 적신 오염된 피를, 혹은 친구가 내는 목이 졸린 듯한 작지만 날카로운 비명을 무시하려고 애를 써야 했다.

~
 

얼마 후, 지친 아지라파엘은 의식을 잃은 악마 옆에 앉아, 작고 보기흉한 납 조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기괴하게 생긴 조각이 마치 6천년 동안 생긴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해주기라도 할 것처럼.

  

싸움은 끝났고, 어느 쪽도 이기지 못했다. 주민들은 될 수 있는 한 뒤처리를 하느라 바빴다. 주민들 중 일부는 부상당한 채로, 혹은 죽어가는 채로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운이 좋았던 극소수만이 사지가 멀쩡한 채로 돌아갔다. 아지라파엘은 그들을 보살펴야 했다.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죽은 자들을 묻어주고 회복을 도와야 했다. 당연히 이 전쟁을 그만두라는 설득도 해야 하고.

  

하지만 방금 사고 이후, 그는 도저히 의무들을 해낼 수 없었다. 그럴 순 없었다.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게 뭔지도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아지라파엘은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멍하니 그 말만 반복했다.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분노가 아닌 혐오감이 들었다. 어깨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로 총 혈액의 삼분의 일을 잃고 누워있지만 않았어도, 크롤리는 틀림없이 이 터무니없는 짓을 재밌어했을 거였다.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아지라파엘도 비슷했을 테고. 

  

미친놈들이 총탄에 축성을 했어.

  

사람들 중 누군가가, 지옥에서 온 파견원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수도 있어, 아지라파엘은 씁쓸하게 생각했다. 그래야 말이 된다. 하지만 마을의 누군가가 악마적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치더라도,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다. 크롤리는 최근에야 이곳에 도착했으며, 그는 수천 년간 자신의 흔적을 감춰왔다. 심지어 아지라파엘 자신도 크롤리가 매우 가까이 접근할 때까진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크롤리를 적으로 둔 악마가 이 일을 주도했을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일어나지 못한 아포칼립스’ 때 성수 사건은 이미 들었다 –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인간들이나 할 만한 생각이었다. 악(惡)을 악마의 탓으로 돌리는 건 인간들이 늘 유구하게 해오던 짓 아닌가.

  

한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던 “성자”가 자기편에게 약간의 행운을 얹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쓸모라고는 그분의 창조물들을 죽이는 것밖엔 없는 거에다가 신의 축성을 내린 거야. 아지라파엘은 암울하게 결론지었다. 축성을 내린 쪽이 크리스천인지 무슬림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지만,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설명이 안 되는 이유가 뭐가 됐던지 간에 - “형언할 수 없는” 이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떠올랐고 아지라파엘은 어렴풋이 속이 뒤틀림을 느꼈다 – 축성은 효과가 있었고 사고는 일어났다. 크롤리는 운 없게도 하필 그들에게 방해가 됐던 거였다.

  

아지라파엘은 자신들이 봐온,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전쟁들과 반복되어온 괴상한 발상들을 돌이켜봤다. 사실 놀랄 것도 없었다. 한때 기사들도 축성된 검을 가지고 다녔었다. 천사는 그 모습 또한 달갑지 않아했다 – 자신은 무기를 싫어했고, 처음 소유했던 유일한 무기마저 버렸지 않았던가. 

  

하지만... 상대방을 검으로 죽이기 위해서는, 그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눈을 마주봐야 한다. 상대를 알아봐야 한다.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는 사람을 무작위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죽여야 했다.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달랐으며, 끔찍하게 비인격적이었다. 

  

상황은 훨씬 나빠질 수도 있었다. 악마들은 강한 존재들이나, 절대자로부터 버려진 존재들이었고, 신성한 힘에는 아무 방어력을 가지지 못한다. 총탄이 크롤리의 심장을 맞췄거나 아지라파엘이 어떻게든 시간 내에 총탄을 빼내지 못했다면, 그는 지옥에서 새로운 신체를 받을 때까지 잠깐 떠나있는 수준이 아니라, 소멸했을 것이다.

  

그 생각에 아지라파엘은 공포심을 눌렀다. 그 일은 안 일어났어, 안 일어났다고. 가슴의 응어리가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풀릴 때까지, 그 말을 계속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현실도 충분히 끔찍했다. 축성된 금속은 크롤리의 쇄골 아래를 깊숙이 파고 들어가 그를 안팎으로 태우며, 육체뿐만이 아닌 본래의 형태에도 신성한 영향력을 독처럼 퍼뜨려 놓았다. 아지라파엘이 총탄을 빼내는 데에는 끔찍하게 긴 시간이 걸렸고, 막바지에는 겁에 질린 악마를 움직이지 못하게 의지(Will)까지 써야 했다. 크롤리는 깨고 나서 틀림없이 그 일로 몇 마디 할 터였다. 

  

‘만약 깬다면’이 아닌 ‘깨고 나서’야. ‘만약’이라는 말로 더 이상 자신을 부담주긴 싫었다.

  

아지라파엘은 한숨을 쉬며, 피곤에 젖은 채 이마를 문질렀다. 천사의 치유능력은 악마에겐 잘 작용하지 않지만, 그는 모을 수 있는 힘은 다 모아서 찢어진 조직들을 다시 접합시키는 데 쏟아 부었다. 그냥 두면 절대 제대로 치료되지 않을 상처였다. 완전히 탈진해 버리기 전에 겨우 출혈은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크롤리가 다시 팔을 쓰려면 훨씬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안다면 싫어하겠군, 천사는 슬프게 생각했다.

  

아지라파엘은 찻주전자와, 그에 매치하는 찻잔과 받침접시를 만들어냈다. 그 일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깨닫자 당황스러웠다. 그 때 침대에서 나는 작은 소리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크롤리는 천장을 향해 멍하게 눈을 깜빡였고, 살짝 몸을 틀어 팔이 옆구리 쪽에 고정된 걸 보곤 불편한 듯 다시 작은 소리를 냈다.

  

“이게 다 뭐야?”

  

그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놀랍지 않게도 천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지라파엘은 찻잔을 옆으로 치우고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크롤리는 천사를 향해 머리를 돌렸고, 움직일 때마다 몸을 주춤거렸다. 

  

“천사야...내가 멍청한 짓을 한 것 같군, 안 그런가.”

  

크롤리는 살짝 씩 웃으려고 해봤다.

  

“쉿. 그냥... 완전히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고 하자.”

아지라파엘도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크롤리는 웃기 시작했으나,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뭐에 맞은 거야? 누군가가 잃어버린 네 검을 찾아서... 나한테 그걸로 피어싱하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아지라파엘은 얼굴을 찡그렸다. “비슷해.” 그는 총탄을 들어보였다.

“누가 축성한 거 같아. 빼낼 때 엄청 애를 먹었어(had the devil’s own time getting it out), 방금 표현은 용서해줘.”

  

크롤리는 불신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축성된 총탄이로군. 망할...총탄을 축성했어.” 

  

“그런 거 같네.”

괜한 죄책감으로 아지라파엘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네가 묻기 전에 하는 얘긴데, 난 아무 상관없어. 난 절대 그런 짓은 안 해. 특히 네가 온다는 걸 알 때는 더더욱 말이야.”

  

그러자 크롤리는 조용하고도 고통스럽게, 괜찮은 쪽 팔로 자신을 감싸곤 정말로 웃기 시작했다. 

“아. 오, 재밌네...하지만 아파. 으...”

크롤리가 마침내 힘이 빠져, 숨을 헐떡이며 베개 안으로 다시 쓰러질 때까지, 아지라파엘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내가 오는 걸 인간들이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나 보군. 그 작자들이 그 정도로 상상력을 가졌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크롤리가 다시 큭큭 웃었다.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이르시기를, 여분의 무기를 가지고 가라 하시니 어디든지 그대들의 적이 나타나면 퇴치할 수 있으리라 하시며, 오, 그리고 그대들이 그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나타나는 떠도는 악마들을 모두 잡으라 하시더라.’ Armaments 5장 12절. 젠장.”

그는 나지막하게 기침을 했다. 아지라파엘은 성경에 대한 예의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은 걸 참으며 물 한잔을 가져다줬다.


“인간들이 서로 해치는 방법들은 언제나 놀라울 지경이야.”

천사가 슬프게 말했다.

  

“6천년 이후에도 계속 그럴걸. 이런 어처구니없는 곤경에 처하는 내 능력도 이젠 놀라울 지경이다.”

크롤리가 눈을 꼭 감자 얼굴의 긴장이 깊어졌다. 이런 처벌 아래에선 영원한 젊음의 환영도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었다. 

“고결한 충동을 따르기 전에 다시 생각할 걸 그랬군, 잘 될 리가 없지...”

크롤리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의식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넌 소년의 목숨을 구했어. 내 목숨도.”

  

“됐어. 십중팔구 그 애는 나중에 형편없는 독재자가 될 걸.”

크롤리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쉭 소리를 내며,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적이지만 헛된 노력을 하며 저도 모르게 담요 속의 몸을 뒤척거렸다.

“빌어먹을(Bloody heaven), 천사야. 정말, 정말로 고통스러워.”

  

아지라파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한가운데에서 제대로 된 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마을 대부분의 알코올은 몰로토프 칵테일이나 소독약으로 쓰이고 없는 상태였다. 뭔가를 소환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최선의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피곤에 지친채로, 아지라파엘은 가장 깊숙한 곳에 남아있던 힘까지 끌어 모았고, 겨우 딱 맞는 양만큼만 남아있었다. 천사는 크롤리의 이마에 손을 살포시 얹은 후 검은색의,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주면서 속삭였다.

“쉬...이제 가만히 있어. 다 괜찮아질 테니까. 잠이라도 자도록 해.”

  

그들은 서로에게 권능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것은 협정의 절대적 조건이었으나, 아지라파엘은 오늘 하루 만에 그 금기를 여러 번이나 어겨버렸다. 크롤리는 제지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눈을 감으면서 얄밉게 미소 지으며 천사의 손길에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드디어 나를...내키는 대로 하는구나, 응?” 

  

크롤리는 의식이 희미해진 채로 중얼거렸다. 아지라파엘은 미소를 지었다.

  

“조용해. 진정하고 쉬어. 적어도 그 정도는 내가 빚진 거니까.”

  

크롤리가 깊게 잠든 게 확실해지자, 아지라파엘은 침대 옆으로 의자를 가져와 주저앉았고, 매트리스 가장자리에 엎드려 팔 안에 머리를 묻었다.

  

선은 언제나 불침번을 서는 법이지만, 이번만큼은 악의 경우를 따라야 할 것 같았다.

  

~

  

그들은 여인의 집에서 며칠을 보냈다. 여인은 싫어하거나 불친절하진 않았으나, 이웃들이 자신이 낯선 이들을 집에 두고 있는 사실을 알면 소동을 피울 거라고 매우 초조해했다. 보건대, 남편과 남자형제들은 이전의 짧은 전투에서 죽은 모양이었다. 여인은 이런 위험한 곳에서 남자 피붙이도 없이 지내야 했다. 아지라파엘은 가능한 한 자주, 아무도 이상한 걸 눈치 못 챘음을 보여주면서 여인을 안심시켰다. 크롤리의 특이한 눈에 대해선 희귀한 유전 때문이라고 해명을 했다. 그는 여인과 아이들을 할 수 있는 한 조금씩, 드러나지 않게 도와줬다. 하지만 대부분 천사의 관심은 크롤리를 보살피는 것에 쏠려있었다.

  

아지라파엘이 우려한 대로 끔찍한 상처는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축성된 물체로 입은 상처가 보통 그렇긴 했지만, 낙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상처부위가 원래의 형태와 기능을 되찾도록 치료하는 과정은 느리면서도 길었다. 아지라파엘은 대부분의 저녁에 두통을 겪어야 했고 크롤리는 좌절감에 휩싸여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아지라파엘은 가능한 한 인내심을 갖고 상냥하게 행동하려 매우 노력했다. 슬프게도, 인내심과 상냥함 은 크롤리와는 거리가 멀었고, 때문에 그는 끔찍한 회복기를 보내야 했다. 크롤리는 번갈아가며 징징거리고, 화내고, 무례하게 굴고, 짜증을 부렸다 – 음식, 공간, 기분전환거리의 부족함에 대해 불평해댔고, 고집부리며 일어서려고 하다가 곧바로 기절해버렸다. 아지라파엘이 얼른 잡아준 덕에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만큼은 겨우 피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적어도 100개는 넘는 새롭고 창의적인 모욕을 만들어내서 천국, 지옥, 이 후미진 마을과 이곳의 거주자들, (크롤리가 유난히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무작위로 무생물에게까지 공평하게 욕을 퍼부어줬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아지라파엘에게 욕하진 않았으나, 그것조차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천사는 친절한 미소와 위로의 말들로 모든 것을 견뎌냈다.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그는 침착하게 양해를 구하고, 산책을 하면서, 크롤리의 투덜거림을 녹음한 후 녹음본과 CD플레이어만 주고 친구를 수천년간 동굴에 가둬버리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산책에서 돌아오면 크롤리는 보통 잠들어 있었고,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아지라파엘은 계속 화를 내는 게 무척 어려웠다. 크롤리가 오래 전에 가지고 있었던 순수함이 마치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던 것 마냥 돌아와서, 그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에, 살짝 벌어진 입술에, 솔직하고 순진한 표정에 머물러 있었다. 

 

이따금, 아지라파엘은 근처에 앉아 그가 자는 것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처럼 신성한 아름다움이 크롤리가 깬 후에도 조금이나마 남아있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생각했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상처는 조금씩 나아갔고 크롤리의 힘은 느리게나마 돌아오고 있었으니까. 아지라파엘은 이 우울한 장소를 곧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으나, 항상 그렇듯이 일은 갑자기 꼬이기 시작했다.

  

아지라파엘과 크롤리 모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옥의 생명체가 지구에서, 그것도 위생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인간의 몸으로 신성한 물체에 명중당하는 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대부분의 천사들은 의료교육이 필요 없는 존재였다. 천사들은 생각만으로 치료하는 능력이 있으나, 당연하지만 환자가 악마인 경우는 예외였다. 지금 상황은 기록에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지라파엘이 칠판이나 값싼 알루미늄, 오디오 음향장비에 붙어있는 날카로운 쇠붙이들을 골라내 늘어놓기 시작할 때 크롤리가 투덜거렸다. “뜨거워.”

  

아지라파엘은 30분 만에 집중이 세 번째로 깨지자 한숨을 쉬었다.

“여기가 좀 좁긴 하지. 그래도 여기 온도조절과 널 치료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순 없을 거 같은데.”

  

크롤리는 골을 내며 몇 마디 더 투덜대더니, 씩씩거리며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지라파엘은 늘 듣던 지겨운 불평을 무시하며, 말 안 듣는 쇄골 두 조각을 붙이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악마가 확연한 고통 속에서 뒤척거리며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지라파엘은 그를 진짜로 보고 뭔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알아차렸다.

  

크롤리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홍조를 띠고 있었고, 눈은 지나치게 밝은 빛을 띤 채, 피부는 건조하고도 놀랄 만큼 뜨거웠다. 천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열에 대해선 알고 있었고, 작고 사악한 어떤 존재들(생각할 필요도 없이 지옥에서 온 것들이겠지)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천상의 존재는 다칠 수는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병에 걸리거나 하진 않았다. 크롤리는 예외인 모양이었다.

 

크롤리는 총탄의 독성이 본모습을 약화시킨 나머지, 자신의 권능이 더 이상 지상의 감염으로부터 육체를 보호할 수 없게 된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불행의 연속이로군.” 크롤리는 짜증을 냈다.

“계획한 거라면 이보다 더 훌륭할 순 없겠는데. 너희 측은 이 개자식들을 상담원으로 둬도 되겠다.”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얘야.” 아지라파엘이 부드럽게 대꾸했다. 

“근데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시발 내가 어떻게 알아.”

크롤리는 짜증스럽게 담요를 던져버리며 중얼거렸고, 아지라파엘이 계속 담요를 다시 덮어주자 천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아마 아스피린 같은 게 필요하겠지. 항생제 말이야. 이 망할 시궁창 같은 곳에 그런 게 있겠냐만.(If they have such things in this blessed cessspool of a country) 없을게 뻔하지.”

  

아지라파엘은 이번만큼은 친구의 신경질을 눈감아줬다. 그럴 만 했다 – 둘 다 조심스럽게 언급은 안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약해진 상태라면 크롤리는 분리를 피할 수 없으리란 걸 둘 모두 알고 있었다. 분리는 그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사실대로 말하면, 분리가 되지 않는 편이 크롤리에게 좋을 것이다. 지옥은 쓸모없는 약한 존재들에게 자비심이라곤 없으니까.

  

아지라파엘은 여인에게 약이 있는지 물어봤고, 여인은 아스피린이 어느 정도 있었으며 기꺼이 나눠줬다. 도움이 되긴 했으나, 아지라파엘은 기껏해야 일시적인 해결뿐이라는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불행하게도, 그는 정확했다.



~

  


아지라파엘은 불편한 잠에서 갑자기 깼고,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매우, 매우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사는 한 쪽 팔꿈치로 상체를 일으켜 방을 훑어보았다. 크롤리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서, 단순한 열은 괴롭고 불안한 잠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섬망 상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스피린은 다 먹은 지 오래였다. 아지라파엘은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힘을 모아 감염을 막으려고 하고, 친구를 내부로부터 서서히 태우는 극심한 열기를 가라앉히려고도 해봤다. 그러나 그 노력은 점점 효과가 없어지더니, 결국엔 아무 변화도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만두기에는, 천사는 너무 고집이 세거나 너무 절박했다. 

  

더 이상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지치면, 그는 악마의 어떤 움직임이나 소리라도 바로 자신을 깨울 수 있도록, 크롤리 바로 옆에 웅크리고 누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라도 봐야만 했다. 크롤리는 친구를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이 점점 더 사라져갔지만, 의식이 있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천사의 존재에 안도하는 것 같았다.

  

환각은 대부분 가혹했다 – 환각은 추락의 순간과 그 때 일어난 기억들 속에 악마를 던져놓았다. 크롤리는 신의 이름을 울부짖었고, 확연하게 흐느끼며, 천사가 볼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공포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잠들기 전까지 약하고 희미한 목소리로 하나만을 중얼거렸고, 그 모습은 아지라파엘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요. 죄송합니다. 그럴 뜻은 아니었습니다, 몰랐습니다... 제발, 저는...”

  

아지라파엘은 드디어 잠이 든 크롤리를 보곤 말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나 크롤리는 용광로처럼 뜨거웠으며, 얕고 힘겨운 숨소리를 냈다. 그의 아우라는 마치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희미하게 깜빡거렸다.

  

방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그림자는 답답할 정도로 어두웠다.

  

아지라파엘은 자신이 임종의 순간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오싹할 정도로 명확하게, 이렇게 잘못된 느낌을 주는 게 뭔지 깨달았다. 내키지 않는 이름이 떠올랐고, 그 이름의 주인은 무서운 존재감을 띤 채 오고 있었다.

  

“빛이 있으라.”

  

아지라파엘이 속삭였다. 부드러운 빛이 방을 채우며 천사를 비추었다. 빛은 아지라파엘을 조각가의 대가(大家)가 가지는, 천사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했다 – 빛은 걱정과 피로, 많이 먹어온 디저트의 흔적을 덮어주었다. 빛의 부드러운 손길은 크롤리에게도 닿아, 병과 고통의 흔적을 없애주었고, 그는 거의 정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또한, 빛은 손님의 창백하고도 일그러진 얼굴에 차갑게 반사되며, 그가 지닌 커다랗고 굴곡진 날의 표면을 따라 사악하게 번득였다. 그의 검은 로브에 닿은 빛은 집어삼켜져서, 마치 존재한 적도 없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아지라파엘은 침대에서 일어나 본능처럼 몸을 움직여, 크롤리와 죽음의 화신 사이에 섰다.

  

“안녕, 아즈라엘.”

그는 최근 서점에 들르지 않던 오래된 고객을 맞이하는 것 마냥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군.”

  

죽음은 무표정하게 그를 보았다. 딱히.

 

“어. 좋아. 그래, 네 말은 알겠어.”

아지라파엘의 미소는 희미해졌고 마음은 급해졌다. 이걸로 끝이었다. 어떻게든 자신만의 방식대로, 죽음을 말로 설득시키지 않으면(더 정확히는 크롤리의 방식이었지만), 그대로 끝인 거다.

  

뭐가 끝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뭔가가 없다면, 6천 년간 존재해온 자신의 존재는 축성 받은 총알의 가치만큼도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자신이 타락하기 직전인 건지, 그게 아니라면 이미 타락한 채 아직 추락의 단계만 겪지 않은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 그리고 잠깐의 생각 끝에, (매우 놀랍게도) 자신은 더 이상 타락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지라파엘은 이런 일에 장단을 맞추는 건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 착하고 어린 천사들이 그렇듯이,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계획이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수많은 질문들과 반대의견을 억눌러 왔던가. 그러나 작은 금발 소년과의 짧았던 만남 이후, 천사는 그런 가정들의 연속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 위대한 계획에 대한 믿음이, 타락할 의도가 없었던, 선량하고 소중한 하나의 영혼을 잔인한 죽음으로 몰아가는 거라면...

  

자신의 긴 존재기간 처음으로, 아지라파엘은 안 돼, 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러면 안 되니까. 형언할 수도, 절대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죽어가는 존재는 지상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있는 또 다른 불쌍한 인간이 아니었다. 죽어가는 자는 크롤리였고, 악마의 죽음은 더 높은(혹은 더 낮은)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소멸이었다. 

  

크롤리가 없는 우주는, 그 모든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엄함에도 불구하고, 슬프고 공허한 곳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아지라파엘에게는. 모든 이들을 창조하시고, 창조한 것들을 사랑하시는(아지라파엘은 여전히 그 사실만큼은 확신하고 있었다) 신께서는 당신의 창조물들에게 이토록 비참한 계획을 세우시진 않을 터였다.

  

아지라파엘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으며 맞은편의 으스스한 형체를 응시했다. 모든 창조물들 중에서 이 존재만큼은 언제나 경외심을 일으켰다. 죽음의 권위는 절대적이며 – 동정심이나 자비와 같은 사소함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 문자 그대로 생명이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죽음은 모든 것이었다. 모든 곳에 있었다. 항상. 

  

그러나 죽음에게도 명확히 따라야 할 규칙이 있었다. 아지라파엘은 천국의 광대한 도서관에서, 아무리 모호하고 난해한 내용이라도, 모든 책을 한 번 이상을 읽어봤었다. 

  

“여기까지 헛된 발걸음을 하게 만들어서 정말로 미안하군.”

아지라파엘은 조용히 말하며 날개를 펼쳤다. 천상의 모든 존재들이 계급이나 소속과 상관없이 알아볼 수 있는 몸짓이었다.

  

이 존재는 나의 보호 하에 있노라.

  

“진심으로 화나게 할 생각은 없지만, 글쎄...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를 데려갈 수 없을 것이네.”

 

미동 없이 서 있던 죽음은 이 말에 멈칫거렸다.

  

진심은 아니겠지.

  

“진심이야.” 아지라파엘이 미안한 듯 말했다. 천사가 찻주전자를 향해 손을 흔들자 주전자는 눈에 띄게 김을 내기 시작했다.

“차 한 잔 대접하지. 그 다음에 고상한 존재들에 걸맞게 의논을 해보자고.”

 


~


아마 통찰력 있는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왜 죽음은 그냥 빙 돌아가거나, 아니면 그냥 바보 같은 방해물을 치워버리지 않는 걸까? 그는 죽음이잖아? 죽음의 예정된 일을 방해할 순 없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그리고 초자연적인) 규칙에 대한 위반이었다. 우주적 범위에서 탈세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저 잡히는 걸 미룰 뿐인 셈이다. 

 

이 시점에서 알아야 하는 건,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동등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 둘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들 중 하나인 검은 천을 둘러쓴 키 큰 골격형상은, 지치고 다소 후줄근해 보이는 중년의 서점 주인에 의해 저지되고 있었다. 서점 주인은 죽음과, 뒤의 침대에서 중태에 빠져있는 젊은 남성 사이에 서있는 상태였다.

  

사실 이 모습은,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 더 높은 수준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비유하는 것에 불과하다. 인간의 머리로 6차원의 개념을 이해하는 일이 어려운 거나 마찬가지다. 정신치료의 비용은 이 팬픽의 오락적 가치보다 훨씬 클 테니까, 시도하지 말길 바란다. 

  

천사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의지를 가진 존재라고만 말해두자. 희귀한 초판본이나 디저트에 방해물이 생겼을 때 아지라파엘의 의지가 꺾이긴 했으나, 그 의지가 완전히 굳건해진다면, 실로 엄청난 권능을 지닐 수 있었다. 

  

그가 아무 이유도 없이 동문의 수호자로 임명된 것은 아니었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인 병든 악마를 의지로 감싼 채 움직이지 않는 권품천사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죽음의 화신은 순간적으로 좌절감을 느꼈다.

  

물론 의지력에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수만명의 다이어터들이 증언했듯이, 의지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아지라파엘은 지금도 매우 지친 상태였다.

  

~

  

“정말 차 한 잔도 안 마시겠다고?”

  

안 마셔.

  

“그럼, 내가 차를 즐기더라도 괜찮길 바라네. 대단히 힘든 한 주였거든.”

  

아지라파엘은 차를 한 잔 따르며, 손의 떨림을 억누르려 했으나 실패했다. 죽음이 그 모습을 알아차렸다.

  

질질 끄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반대야. 최대한 얼른 끝내고 싶거든.”

  

그럼 비키면 되겠군.

  

“미안. 그건 선택사항에 없는걸.”

아지라파엘은 차를 홀짝였지만, 눈은 상대방을 떠나지 않았다.

  

이봐, 천사여...

  

“그렇게 부르지 마.”

 

아지라파엘은 말을 자르더니 내용물이 튀고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대의 원래 모습 아닌가. 죽음은 한쪽으로 두개골을 갸우뚱했다.

물론 그대가 타락을 의도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 만약 그런 거라면, 확실히 제대로 하고 있군.

  

아지라파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게 아냐. 그런 식으로 날 언급하지 마.”

  

원하는 대로. 그럼 의도를 말해보게, 아지라파엘. 밤 내내 이러고 있을 순 없어.

  

“의도는 없어. 반(反)의도라는 게 더 맞겠군. 아무것도 할 생각 없다고.”

아지라파엘은 조금 겸연쩍은 듯이 설명했다.
“그를 데려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 것뿐이네. 그게 다야.”

죽음은 그 말을 고려해보듯 말을 다시 멈췄다.
영원히 그를 지키면서 서 있을 수는 없을 텐데.

"시험해 보든지."
아지라파엘은 애써 침착하게 말하며, 떨림을 멈추려고 손을 맞잡았다.

“오, 언젠가 힘이 빠지긴 하겠지. 근데, 그동안 그대의 업무가 끔찍하게 쌓일 거란 사실도 알고 있을 텐데.” 

 
죽음은 뼈로 된 발 하나를 다른 쪽으로 옮겼다. 다른 생명체라면, 이 행동은 “조바심”을 나타내는 몸짓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4명의 기수 중 하나이자, 창조자의 어두운 그림자이며, 모든 생명체가 언젠가는 고개 숙여야 하는 죽음의 신(Reaper)에게 이런 평범한 단어는 쓰일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의무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내가 자유롭다는 것은 알지 않나.

  

아지라파엘은 피곤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신께서 세우신 조건을 보면 그렇지.”

  

분명히 그렇지. 침묵이 있었다. 그 말이 왜 이렇게 맘에 안 들지?

  

아지라파엘과 크롤리 모두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시점에서 천사의 푸른 눈에 타오르고 있는, 악의를 띤 만족감이 정확히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자신의 친구만큼은 잘 해내지 못했다고 쳐도, 천사로서는 놀랄 만큼 사악하게 보였다. 

  

“왜냐면 그대를 훨씬 힘들게 만들 예정이거든. 정말 간단한 거야, 아즈라엘. 그를 원한다면, 날 먼저 지나가야 할 테니까.”

  

죽음은 두건을 쓴 고개를 저었다.

나랑은 싸울 수 없다네, 동문의 수호자여.

  

“싸우겠다는 게 아니야.”

아지라파엘은 침대 옆 의자에 무너지듯 기댔다. 정말, 진심으로 피곤했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걸 허락한다는 것도 아니지. 이 일이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알아. 죽음은 그대의 지배권이며, 거기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어.”

  

지금 그대의 방해가 ‘부정’이라는 걸 지적할 필요는 없겠는데.

  

“오, 그렇진 않아.”

아지라파엘의 어조는 확실히 부드러워졌다.

“크롤리가 그대의 소유가 되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지. 나도 잘 알고 있다네. 하지만 그대의 권위에는 매우 특이한 경계선이 있어. 그대는 생명의 마지막을 주관하지만, 그게 다야. 생명 자체에는 엄격히 권위 밖이지. 예정된 생명을 거두는 게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예정되지 않은 존재에게 손을 댄다면 규율을 위반하는 거야.

난 비키지 않을 거고, Lower Tadfield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소란을 만들지 않는 한, 날 움직이게 만들 수도 없을 것이네.”

  

아지라파엘은 의자에 기대어 팔짱을 꼈다.

“따라서, 크롤리를 데려가려면, 먼저 나를 데려가야 할 거다.”

  

긴 침묵이 찾아왔다.

  

둘 다 데려가겠다.

  

“그럴 수 있겠지.” 아지라파엘이 동의했다.

“왜 순서에 맞지도 않는 신성한 존재를 데려왔는지 메타트론과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게. 슬프게도, 난 그때면 이미 존재하지 않아서 책임을 질 수도 없겠지만.”

  

메타트론이 개입을 하든 말든, 아지라파엘은 아즈라엘이 받아들이기 시작함을 알아챘다. 그 모습에 천사는 이제 괜찮아짐을 느꼈다. 자신과 크롤리는 태초부터 같이 있었다. 떠날 때에도 둘이 같이 떠나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죽지 않는 존재들에게도, 지상의 순환 너머에는 추억 이상의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건방진 개자식이로군, 그건 알고 있나? 죽음이 물었다.

  

천사는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전문가한테서 배웠거든.”

  

그대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 내가 그의 목숨을 거두러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아지라파엘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시야를 벗어날 때는, 그가 다시 괜찮아졌을 때다. 그를 데려갈 이유는 앞으론 없을 테니,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 나를 데려가는 것과 똑같은 곤경에 처하는 거야. 물론 그때면, 그대가 변명할 곳이 지옥이 된다는 것은 다르겠지만.”

  

자세히도 계획해놨군.

  

아지라파엘은 자신의 귀에도 다소 히스테릭하게 들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이 상황을 내가 계획했다고 믿나? 그래도 논리에는 들어맞는군. 나는 그냥 여기 앉아있기만 하면 돼.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있을 수 있고.”

  

그것도 청문회에 소환될 때까지야.

  

아지라파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 맞아. 의심의 여지없이, 그대가 긴 항의문을 세 차례나 작성한 후에야 청문회가 열리긴 하겠지만.” 천사는 그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당연히 천국의 누구도 적측의 요원에게 신경을 써주진 않을 거고, 그 상황이 오면 난 완벽한 답변도 있어. 앞으로 천 년간은 내 처벌이 행해질 일은 없을 것 같네만.”

  

죽음은 회의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낫에 기댔다.

  

그쪽의 ‘완벽한 답변’이 뭔지 정말 듣고 싶은데.

  

“모르겠나?”

아지라파엘은 조용히 묻더니 읊었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이르노니.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빌어주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겐 선을 베풀어라.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서 기도하여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죽음은 말이 없어졌다.

  

“제발, 아즈라엘.”

  

아지라파엘은 최선을 다해 크롤리 특유의 설득하는 어조로 말했다.

  

“지금 이름 하나만 지워버리는 게 더 쉽지 않겠나? 어차피 마지막에는 그대를 피할 수도 없을 텐데. 우리 모두는 머지않아 그대에게로 돌아간다네. 예정된 일이며, 우주의 섭리 아닌가.” 

그는 간청하듯 손을 펼쳤다.

“한동안 이 자에게 유예기간을 달라는 것뿐이야.”

  

침묵은 길어졌으며, 들리는 것은 깃털이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와 크롤리의 희미하고 힘겨운 숨소리뿐이었다. 어디선가 다른 차원에서는, 마지막을 향해 떠나기만을 기다리는 영혼들의 아우성이 점점 커져가고만 있었다.

 

마침내, 죽음이 위협적인 손가락으로 아지라파엘의 가슴께를 가리켰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내가 정말로 바보로 보이나? 당연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아.”

아지라파엘이 모욕당한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크롤리에게도 마찬가지야.

  

천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로.”

  

죽음은 크롤리가 있는 방향으로 뼈로 된 손을 휘저었고, 아지라파엘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

“무슨 짓을-”

  

오, 흥분하지 마라. 그가 계속 이런 상태라면, 난 바로 다시 와야 할 테니까.

죽음이 빠르게 덧붙였다.

솔직히, 너희 둘은 이제 다신 보고 싶지 않군.

  

크롤리는 여전히 잠든 채로 살짝 움직이더니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아지라파엘은 크롤리가 땀을 흘리며, 죽음 직전에 나타나는 창백하고 푸르스름한 녹색 빛이 얼굴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음을 알아챘다.

  

당분간은 말이야. 죽음이 덧붙였다.

  

아지라파엘은 다리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함을 느끼며 의자에 도로 주저앉았다.

“고맙네.” 그는 머리를 숙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라면 그렇게 빨리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자는 그대의 골칫거리가 될 거야.

죽음이 누더기 같은 로브를 휘어잡았다.

  

천사는 미소 지었다. “참을만해.”

  

하. 그러시겠지.

무뚝뚝한 대답과 함께 갑작스러운 휙 소리가 빈 공간을 채웠고, 아즈라엘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아지라파엘은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는 승리감을 느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죽음과 성공적인 거래를 해낸 셈이니까. 뭐, 거래라기엔 관료주의를 들먹이며 죽음을 단념시킨 편에 가깝지만. 그래도 원하는 결과는 얻었으니까, 더 따지진 말자.

  

하지만 천사는 기진맥진하고 약간 멍한 느낌뿐이었다. 그는 크롤리를 더 잘 보려고 몸을 돌렸고, 친구의 이마에 부드럽게 손을 올리곤 모든 일이 잘 풀렸다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당연하게도, 열은 내려간 상태였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은 아직도 많이 창백했으나 더 이상 병약해 보이진 않았다. 크롤리는 방금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지성(知性)간의 겨루기가 있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크롤리다워, 아지라파엘은 애정을 담아 생각하곤 하품을 했다. 크롤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는 조심스럽게 이불 밑으로 들어가 가까이 붙어서 몸을 웅크리고, 보호하듯 두 날개로 자신들을 감쌌다.

  

잠에 들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즈라엘과의 만남은 쉽게 머리에서 잊혀 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끝에, 악마의 깊고 안정된 숨소리를 자장가삼아 천사는 잠에 빠져들었다.

  

이 이야기에 개입하지 않은 오래되고도 전능하신 신의 은총으로, 둘은 그날 밤 꿈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길고도 깊은 잠을 잤다. 

  

~

  

크롤리는 한참 후에야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고, 자신이 뭔가 중요한 걸 놓쳤다는 막연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왼쪽 어깨 부근이 매우 간지러웠다. 그 부근으로 다른 쪽 손을 뻗다가, 그는 세 가지를 알아차렸다.

  

첫째, 자신은 나이 든 나무늘보만큼의 힘밖엔 남아있지 않았다.

  

둘째, 자신은 하얀 깃털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셋째는 – 헛것을 보는 게 아닌지 계속 확인해야만 했는데- 자신의 오른쪽 팔이 잠든 천사의 밑에 깔려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지라파엘은 한눈에 봐도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였고, 천사에게 늘 있던 이상할 정도의 평온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왼쪽 어깨가 여전히 지옥처럼-, 아니 악마처럼-, 어쨌든 매우 심한 손상을 입고 아프지만 않았다면, 이 상황은 꽤 재밌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저 혼란스러웠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속으로 더듬어보며,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이 조금 더 자도록 내버려뒀다.

  

열이 나기 전까지는 모든 게 꽤 뚜렷했다. 사실, 너무 뚜렷했다. 마음에 새기자: 만약 영웅노릇을 할 기회가 다시 온다면, 멀리 걷어차 버리고 문을 처닫고 잠근 후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 버리기는 걸로. 그런 충동이 어디서, 왜 왔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결국 기절하고 피를 흘리며 바닥에 뻗어버리긴 했지만, 중요했던 건, 아지라파엘과 그 빌어먹을 멍청이 자식이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 때까지가 고통이 완전히 찾아오기 전이었고, 자신의 상처가 어느 정도였는지도 알기 전이었다. 축성된 총탄이라니, 빌어먹을... 적극적인 성직자 양반들에겐 이런 짓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크롤리가 아는 한, 운 좋게도 자신은 거기에 맞은 첫 번째 악마였다.

  

밑으로 갔다면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진 않았겠지. 옛날 인간들이 끌고 다니던 칼은 나쁜 쪽으로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정의의 주머니칼’로 무장한 열정적인 개자식들 때문에 연기로 사라진 동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무기들이 많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언급할 필요도 없이, 대부분의 악마들은, 주위를 맴돌다가 문제가 생기면 시간 안에 해결해줄 본인들만의 수호천사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마주쳤을 때 바로 소멸이나 안 되면 다행이었다.

  

소멸 직전까지 얼마나 가까이 갔는가를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악마가 된 게 자신이 선택한 일은 아니었지만, 존재가 아예 없어지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앓았던 순간이 생각났다. 최소한 R&D 부서 녀석들(*악마에게 지급하는 육신의 연구개발 부서)의 말에 따르면, 그런 일은 없어야 했다. 크롤리는 다음 보고서에 이 일에 관해 몇 마디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소름끼치는 어린 새끼(*오염)가 역병을 이어받은 이후, 그쪽 부서의 품질관리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육신은 핵폭발이나 벤젠 따위에 대한 면역은 매우 훌륭했지만, 최근에 나온 지독한 독감으로 뻗어버린다면 그게 다 무슨 빌어먹을 소용이 있겠는가?

  

그 후에는... 뜨거움, 몹시 아팠던 거, 불쾌한 꿈들 사이사이에 있었던 희미한 장면들이 기억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었고, 끔찍한 무언가가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고 갔다는 매우 어렴풋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아지라파엘을 흘긋 보았다. 천사는 한쪽팔로 크롤리를 보호하듯 감고는 웅크린 채 누워있었다.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던 조용하고, 움직이지 않던 존재가 기억이 났다 – 자신을 매우 부드럽게 쓰다듬던 시원한 손과, 공포를 없애주던 친절하면서도 친숙한 목소리가 있었다.

  

젠장, 이 일은 갚을 수 없겠군, 크롤리는 한숨을 쉬며 어렵게 팔을 빼냈다. 본인 주장으로는 자신은 절대 잠을 안 잔다더니, 지금 천사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다. 자신이 잠든 사이 친구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궁금했고, 쥐가 나는 손을 굽혔다 폈다 하며 생각에 잠겨 천사를 바라보았다. 

  

간지러웠던 곳을 실컷(그래도 조심스럽게) 긁고, 방해가 되는 붕대에게 욕을 좀 해준 다음 그는 아지라파엘을 깨워 스무고개나 할까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넘어가는건 정말 싫었다. 자신의 목숨에 관한 문제라면 더욱 그랬다.

  

천사는 자면서 뒤척였고, 안심시키는 말, 혹은 아지라파엘 특유의 헛소리를 중얼거렸다. 천사의 팔은 크롤리를 더욱 세게 껴안았는데, 그 몸짓은 마치...자신을 소유하려는 것 같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모습에 악마의 목과 가슴이 불편할 만큼 조여들었다.

  

아마 아직 좀 아파서 그런가보다. 그래, 그 이유 때문일 거야.

  

결국 크롤리는 멀쩡한 팔을 아지라파엘의 어깨에 두르고, 좀 더 잠을 자기위해 자세를 잡았다. 수면은 가장 좋아하는 행위 중 하나였으며, 지금은 편안했고(한쪽 팔이 고정된 상태인 걸 감안한다면 그나마), 서두를 것도 없었다.

  

질문은 둘 모두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될 때 해도 늦지 않았다.

  

~

  

아지라파엘은 작고, 총알이 빗발쳤던 도시를 마지막으로 둘러봤다. 이 마을 또한 신의 창조물이며, 따라서 그분이 창조하신 지상에 있는 장소는 가치의 우열을 비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과, 그동안 자신들을 숨겨주었던 선한 여성에 대한 깊은 감사함에도 불구하고, 크롤리가 기다리는 거리를 걸어 올라가며 천사가 느낀 거라곤 이제 탈출이다! 라는 생각밖엔 없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그 여성은 매우 돈 많은 여행자를 만났는데, 그 여행자는 마침 이곳을 벗어나 새 삶을 찾을 구성원을 모으고 있었다)

  

크롤리는 천사가 다가오자, 눈에 보일만큼 힘겹게 일어섰다. 

“사랑의 다리를 잇는 역할은 끝난 거군, 그렇지? 좋아, 완벽해. 이제 제발 이 쓰레기 같은 마을을 뜨고 문명화된 마을로 좀 가는 거 어때. 악마 한 마리가 갑자기 죽음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산책 좀 할 수 있는 곳 말이야.”

  

크롤리의 팔은 아직 깁스를 하고 있었고, 그는 계속 불평해댔다. 하지만 상처 입은 어깨는 드디어 혼자 아물기 시작했고, 이제 그는 안전하게 길을 떠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 자신이 의식이 없는 동안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해 아지라파엘을 끝없이 괴롭힐 만큼 괜찮아졌다. 그의 추측 중 몇 가지는 불편할 정도로 진실과 가까웠으나, 아지라파엘은 죽음과의 약속을 깰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침내 아지라파엘은 이렇게 말하며 악마를 조용히 만들었다.

  

“그때 일은 좀 희미해. 그래도 다 잘 풀린 것 같으니까 더 이상 이 얘기는 꺼내지 말자, 알았지?” 

  

“탈것이 금방 여기로 올 거라는데.”

천사는 웃으며 친구를 안심시켰다. 크롤리는 평소처럼 급한 성미로 돌아왔고, 그의 속내는 선글라스 뒤에 안전하게 감춰져 있었다. 하지만 크롤리가 일어서기 전, 아지라파엘은 악마가 잘 때 나타나곤 하는, 감춰지지 않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른하게 자신을 보는 걸 알아차렸다. 악마가 몸을 돌려 뭔가 듣기 싫은 욕을 하며 분위기를 깨는데 5초도 안 걸리긴 했지만. 그 모습에 천사의 마음은 즐거운 따뜻함으로 가득 찼다. 아지라파엘은 앞으로도 이런 기억이 더 추가되기를 속으로 바랬다.

  

“그 성직자 양반이랑 얘기는 좀 해 본건가?”

크롤리가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그 질문에 아지라파엘의 미소는 살짝 찡그림으로 변했다. 책임이 있는 인간을 찾는 건 시간이 좀 걸렸었다. 찾아낸 성직자는 본인의 신념에는 성실했으나, 놀랍지 않게도 그 신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신의 계시를 전한답시고 힘을 드러내는 것은 이제 유행이 지났으며, 공식적 허가 없이는 천국에서도 눈총을 받고 있었으나, 아지라파엘은 자신에게 올 비난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바닥에 엎드린 그 남자의 얼굴에 떠오른 비참한 공포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지라파엘이 신의 계시를 전한다는 명목으로 성직자 앞에 나타나서 겁을 준 것)

  

“오, 그래. 정말 즐거운 담화를 나눴지. 그 작자는 이제부터 그런 짓을 다시 저지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거야.”

 

크롤리는 아직 약간 불만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불행한 성직자는 아지라파엘이 그를 먼저 찾아냈다는 것, 그리고 크롤리에게 그가 어딨는지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본인이 행운아인지 절대 모를 것이다.

  

천사와 악마는 동시에 엔진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고, 둘 다 본능적으로 긴장해서 숨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자신들이 타고 갈 교통수단에서 나온 거였다. 이 황폐한 곳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구간열차였는데, 먼 공항까지 가려면 수많은 초자연적 힘들이 필요해 보였다. 아지라파엘은 표준 이하 수준의 이동수단을 보고도, 크롤리가 전혀 불평하지 않음을 알아챘다. 대신 악마는 잠깐도 지체하지 않고 거기 올라탔다. 천사는 얼른 뒤따라 올랐고, 차량이 흔들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할 때 뒤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마을은 먼지와 피, 그리고 끔찍한 절망 속에 남겨졌다.

  

차량의 충격은 교체가 시급할 정도였고, 먼지투성이 길은 그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열차의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거친 운전은 대화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였다. 끊임없는 부딪힘과 덜컹거림이 절반 정도밖에 낫지 않은 어깨에 틀림없이 고통스러울 텐데도, 크롤리는 그 마을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머지않아 잠에 빠져들었다.

  

아지라파엘은 한 팔로 악마를 감싸 안아서 충격을 흡수시켰다. 자신의의 서점, 벤틀리, 그리고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작은 사치들이 간절했다. 순간이지만 천사는 엄청난 죄의식을 느꼈다 – 너무나 많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친구와 사랑하는 이들이 죽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며, 끊임없는 죽음의 공포에 대한 준비도 못한 채로 저 마을에서 고통 받고 있었다. 그 동안 자신이 편안함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건, 부끄러운 직무유기나 다름없었다.

  

열차는 깊은 구멍에 부딪히고 거의 공중에 들리다시피 하더니 뼈가 다 흔들릴 정도로 쿵 소리와 함께 땅에 내려앉았다. 크롤리는 잠든 채로도 나지막하게 신음소리를 냈다. 

아지라파엘은 한숨을 쉬곤 그를 조심스럽게 들어, 악마의 머리가 자신의 무릎에 오도록 눕혔다. 그리고 자신들 앞에 놓인 길을 안전하게 만드는 지겨운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괜찮아질 거다. 곧 그들은 런던에 도착할 것이고, 이 모든 것들은 과거가 될 테니까. 결국 천사조차도 모든 세계를 구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식처(home)라고 부르는 작은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예전에 번역했던 책 기반 아지크롤 영픽을 조금 수정해서 한꺼번에 올렸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픽이에요ㅠㅠ 제가 영곶이라 원작의 느낌을 많이 못살려서 참 아쉬운ㅠㅠㅠㅠㅠㅠ 드라마에서도 이런 관계가 많이 나왔다면 좋았을텐데ㅠㅠㅠ 크롤리의 구원자인 아지라파엘 제가 젤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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