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징 알오버스로 서로 형질 착각하는 썰

아지크롤

타싸에 올린거 아주 약간 수정


[1]

아지라파엘 몸에서 평소에 나는 향은 햇볕에 말린 이불의 포근한 내음과 디저트의 달콤한 향이었음. 그 이유는 단순히 천사가 그 냄새를 좋아했기 때문이었음. 사실 천사는 알파였고 그 중에서도 강력한 축에 속하는 우성알파였음. 천사가 형질 개방을 하면 무거운 우드향과 초가 타는 듯한 향이 났음. 아지라파엘은 전투에 참여하거나 누군가를 위협할 때를 제외하곤 형질 개방을 가급적 하지 않음. 특히 지상에서는 더더욱. 인간에게 자신의 향은 너무 무겁고 위협적으로 느껴질테니까.

크롤리의 몸에서 나는 향은 살짝 무거운 머스크향과 와인향이었음. 물론 평소에 그렇다는 것임. 크롤리는 오메가였고, 악마가 형질 개방을 하면 상큼한 민트향이 났고 희미하게 과일향도 남. 지옥에서는 힛싸가 온 오메가를 어떻게 해보려는 진짜 악한 악마들이 득시글거렸고 크롤리는 고민끝에 알파향처럼 무거운 냄새를 늘 몸에 묻히고 다녔음. 힛싸가 오면 크롤리는 자신만의 보금자리에 틀어박혀서, 주위에 알파냄새를 잔뜩 묻히곤 힛싸를 잠으로 보냈음

둘은 지상에서 같이 지내면서 상대방의 형질을 반대로 생각하게 됨. 아직 형질아웃은 하지 않음.

아지라파엘의 입장에서 악마는 시니컬하고, 언행도 약간 거친 면이 있었음. 게다가 크롤리한테서 나는 향은 누가 맡아도 알파향이었지. 천사는 악마가 자신과 같은 알파라고 결정지었음. 크롤리가 언제나 자신을 리드하려는 점도 그 결정에 한몫 했음.
크롤리의 입장에서 천사는 늘 순진하고 온순했음. 천사에게선 늘 따뜻한 기운과 달달한 향이 감돌았음. 누가 봐도 오메가 같았음. 악마는 천사도 자신처럼 오메가구나 생각함.

이렇게 착각한 둘은 크리스마스 때 서로를 위해서 선물을 준비함. 아지라파엘은 알파(같지만 오메가) 악마를 위해서 자기 책상에 두곤 하는 오메가향 디퓨저를, 크롤리는 오메가(같지만 알파) 천사를 위해  본인이 이용하는 힛싸억제제랑 실크잠옷을 준비했음. 그리고 선물 교환하고 각자 며용하겠지


아지는 뽀송뽀송 잘 말린 빨래의 희미한 섬유유연제향 날것 같고 크롤리는 고급 남자향수 향이랑 와인향 나겠지.


[2]


"천사야, 대체 이걸 어디 쓰라고 주는거야?"
"크롤리, 나는 아직 오메가 짝이 없는데?"

그날 본의아니게 형질아웃을 하게된 둘이었음

크롤리는 받은 선물, 오메가향이 나는 디퓨저를 개봉도 안하고 깊숙한 곳에 넣어뒀음. 오메가가 향을 막 풍기는 건 날 잡아잡수 하는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음.
아지라파엘은 받은 힛싸억제제는 약통에 넣어두고 실크잠옷은 가끔씩 꺼내 입어봄.

그리고 둘 사이는 조금 미묘하게 달라졌음. 정확히 말하자면 크롤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아지라파엘은 크롤리를 대하는 태도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조심스러워진 것임. 
예를 들자면 길을 걸을때 천사는 악마를 항상 안쪽에, 자신이 바깥쪽에 오도록 해서 걸었음. 식당에 앉을때는 더 편한 의자가 있는 쪽에 악마를 먼저 앉혔음. 
크롤리는 온갖 짜증을 내면서 그러지 좀 말라고 하고, 아지라파엘은 그런 악마를 이해할 수 없었음. 

천사는 천국에서 알파들이 오메가를 대할때는 늘 다정하고 배려해줘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음. 그게 일반적이고. 하지만 크롤리가 몇천년간 본인이 오메가라는 걸 필사적으로 숨겨왔다는 사실을 아지라파엘은 알지 못했음. 
자기 형질을 계속 숨기고픈 악마의 입장에선, 천사의 '내 옆에 지켜줘야 할 오메가가 있어요' 라며 광고하는 행동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음

결국 한번은 크게 빡친 크롤리가 아지라파엘의 멱살을 잡고 "젠장, 천사, 나는 빌어먹을 유리인형이 아니야!!" 라고 외치며 벽으로 그를 밀어붙이게 됨. 
문제는 그걸 위협으로 받아들인 알파의 본능이 천사 자신도 모르게 형질 개방을 해서 맞대응을 했다는 거였음. 그들이 있던 곳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면서 무겁고 공격적인 향으로 가득 찼음.
더 큰 문제는 센 알파향을 직격타로 맞은 오메가 역시 의지와 상관없이 향을 흘리기 시작했다는 거였음. 크롤리는 알파의 기운에 압도되서 잡았던 멱살도 놓쳐버림. 뭐라 더듬거리며 욕하는데 악마 자신의 향이 퍼지는게 느껴지자 수치심으로 얼굴이 달아올랐음. 알파에게 굴복한 거나 다름없는 행동이었으니까. 

상큼하고 톡 쏘는 민트향이 공기중에 강하게 풍겼고 아지라파엘은 당황해서 얼른 자기 향을 갈무리했음. 이미 크롤리의 얼굴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엉망이었음. 미안하다고,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며 사과를 다 마치기도 전에 크롤리는 휙 몸을 돌려 나가버렸음.

**

시간이 한참 흘러 둘은 절친이 됐음. 아직 연인도 아니고 밤을 같이 보낸적도 없지만, 단둘이 있을때는 서로 형질개방해서 상대를 기분좋게 해주는 단계까지 오게됨.
아지라파엘이 살짝 향을 흘리면 작은 방은 순식간에 부드러운 우드향으로 가득찼음. 크롤리는 기분 좋은지 가르랑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상큼한 향을 확 풀겠지. 그러면서 천사한테 조름. 네 향이 좀더 진해졌음 좋겠다고. 천사가 좀더 자기향을 개방하면 크롤리는 완전히 취해서 축 늘어지곤 했음. 아지라파엘은 그런 크롤리를 한손으로 끌어안아서 목덜미에 입을 맞춰줬음. 동시에 크롤리의 어깨에 코를 묻고 상큼달달한 향을 깊게 들이마시겠지

힛싸가 다가올때면 악마는 늘 긴장하곤 했음. 억제제를 꼬박꼬박 먹긴하지만 그날이 올때마다 예민해지고 피곤해지는건 막을 수가 없었음. 
유독 까칠하고 힘들어하는 악마를 보다가 천사는 자기가 입고있던 재킷을 덮어줌. 근데 그게 효과가 너무 좋은거야. 마음이 안정되고 몸도 가벼워짐을 느낌. 크롤리는 그때부터 힛싸때마다 천사의 재킷을 입거나 껴안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음. 그 후로도 좀 힘들 때마다 아지라파엘의 재킷에 코 묻고 킁카킁카 하겠지. 그 모습을 본 아지는 자기가 평소에 입는것보다 한 치수 큰 재킷을 샀음. 지금 옷은, 크롤리한테 품은 넉넉하지만 길이가 짧았으니까

그해 크리스마스, 크롤리가 받은 선물은 아지의 알파향이 잔뜩 배인 오버사이즈 코트였음.
아지가 받은 선물은 자신의 민트향+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천사를 위해 사온 민트초코 디저트 세트였음.





요즘은 예전에 보고싶다고 썼던 썰이나 백업합니다... 흑흑 나름 열심히 썼구나(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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