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롤리랑 아지한테 각자 말 못할 비밀이 있는거

아지크롤아지

타싸에 올린적 있던 썰입니다


아지라파엘은 미식을 즐기지 않는 크롤리를 이해할 수 없었음. 천사가 음식을 즐기는 동안, 크롤리는 그저 앉아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으니까. 아지라파엘이 왜 안 먹냐고 물을때마다, 크롤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한테는 그 맛이 다 그 맛이라고 대답하곤 했음.


“게다가,” 악마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음.
“식탐은 7대 죄악 중 하나라고. 천사님께서 그렇게 먹는걸 좋아해도 되는건가?”

천사는 롤을 우물거리며 어버버거렸음. 아지라파엘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대답을 내놓았지.
“이건 식탐이 아니야.” 천사의 눈은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음.
“먹는다는 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애정과, 그속에 담긴 주님의 은총을 음미하는 축복된 행위라고.”

크롤리가 가끔씩 (약간의)악의적인 질문을 해도, 아지라파엘은 놀랄 정도로 자기변호를 잘했음. 크롤리는 웃으면서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천사.” 라고 답하곤 와인이나 마시기 시작했음.


사실 크롤리가 음식을 안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고, 천사에게 한 말은 어느정도 사실이었음. 크롤리에게 모든 음식은 정말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음. 사실 입안의 버석거리는 불쾌한 느낌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음. 뭔가 억지로 먹을 때마다 와인을 옆에 두는 이유이기도 했음. 와인은 입안에서 건조하게 부서지는 음식을 부드럽게 해주고, 기분도 좋아지게 해줬으니까.
자신이 음식 맛을 못 느낀다는 걸 알면 천사는 슬퍼할게 뻔했음. 천사는 아지라파엘이였으니까. 상냥하고, 순진하고, 동정심 많은 아지라파엘. 천사가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식당 데이트는 그날로 끝일것임.

**

크롤리도 천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음. 바로, 아지라파엘은 잠 자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음. 늦은 밤이면 크롤리는 서점에 있는 아지라파엘의 소파 위에서 자곤 했음. 크롤리가 다음날 눈을 뜨면, 천사는 어제 마지막으로 봤던 자세 그대로 책에 빠져 있었음. 
“자는게 그렇게 좋은거니, my dear?” 아지라파엘은 잠에서 깬 크롤리를 보며 부드럽게 묻곤 했음.

“넘쳐흐르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그 시간에 좀더 의미있는 일을 할 수도 있잖아.”
“잔다는 건 그냥 기절하는 거랑은 달라, 멍청한 천사야… 꿈도 꿀 수 있다고! 얼마나 재밌는데. 꿈에선 원하는 걸 뭐든 할 수 있다니까.”

크롤리는 ‘뭐든 할 수 있었던 꿈’이 천사와 관련된 꿈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음.
“아무튼, 천사 너도 한번쯤 꿔볼만해. 꽤 재밌다고.”

아지라파엘은 아, 하고 작게 감탄사를 냈음. 
“그래, 뭔진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새로운 경험이 될 거 같네.”


사실 아지라파엘은 오래 전에 꿈을 한번 꾼 적이 있었음. 천사가 잠을 자기로 결심한 건 순전히 호기심이었음. 크롤리는 자신이 음식을 좋아하는 만큼 자는걸 좋아했고, 아지라파엘은 몇시간 의식없이 누워있는게 뭐가 그리 좋은지 항상 궁금했었음. 
부드러운 순면 타탄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음.



**

크롤리는 추락하고 있었음. 그는 온몸이 불타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울부짖고 있었음. 

“아지라파엘!! 제발 도와줘!!! 부탁할게…잡아줘…”

아지라파엘은 손을 뻗었으나 크롤리에게 닿지조차 못했음. 아지라파엘은 흐느끼며 멀어져가는 크롤리를 바라보다가, 누군가가 어깨를 건드리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음. 바로 뒤에 가브리엘을 비롯한 서너 명의 대천사가 서 있었고, 어느 새 자신은 서점 안이었음.

“축하하네, 아지라파엘.” 그들 중 하나가 말했음.
대천사들의 발치에는 크롤리가 쓰러져 있었음. 크롤리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아지라파엘을 바라보았음. 가브리엘이 웃으며 칼로 크롤리를 연거푸 찌르기 시작했음. 

“안 돼요! 그만!! 차라리 저한테 하세요, 제발…”

아지라파엘이 달려나가 가브리엘의 팔을 잡았음. 고통으로 울부짖는 크롤리를 바라보며 아지라파엘이 팔을 들어올렸음. 그 순간, 크롤리를 찌르는 천사는 더 이상 가브리엘이 아닌 아지라파엘이었음.
아지라파엘이 칼을 크롤리의 가슴에 쑤셔박았고, 크롤리는 입과 몸에서 피를 흘리며 원망하듯 그를 노려보았음.

“천사야…왜?! 이러지마, 살려줘, 왜 이래…”

아지라파엘은 절망과 공포로 소리를 질렀고, 그러다 자신의 비명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음.

천사의 얼굴은 눈물로 축축했고,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음. 그 후 아지라파엘은 다시는 잠을 자지 않았음.

아지라파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꿨던 ‘꿈’을, 크롤리에겐 입도 벙긋하지 않았음. 크롤리가 잘때마다 천사는 좋은 꿈 꾸라며 축복해줄 수 있었지만, 천사에게 좋은 꿈을 축복해줄 수 있는 존재는 없었으니까. 





크롤리는 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싫어하고, 아지는 크롤리가 좋아하는 잠을 싫어하는데 이유는 비밀로 하는게 보고싶었습니다... 나중에 서로 해감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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